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 사람들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를 때 음악을 듣는다
    Archive 2026. 7. 10. 12:45

    부제: 지금 반도체·AI 증시에서 벌어지는 일

    요즘 시장을 보고 있으면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다. 며칠 전까지 사상 처음 9,000선을 넘겼다며 축포를 쏘던 코스피가, 불과 2주 만에 7,200선까지 밀렸다. 알바트로스 님께서고점에서 바닥까지 밀어버리는 데 딱 2주 걸렸다, 처음 보는 속도라고 표현했다. 고수들에게도 익숙치 않은 상황이다. 

     

    나는 이번 약세장의 원인을 네 가지로 본다. 메타 발 뉴스, 과도한 레버리지, 매크로(중동·환율·엔캐리), 그리고 그 위에 얹힌 사람들의 탐욕과 공포라는 심리다.

     

    1. 방아쇠는 '반도체'가 아니라 '메타'였다

    이번 급락의 발단은 정작 반도체 회사가 아니라 메타였다. 7 1일 블룸버그가메타가 데이터센터의 남는 AI 연산 자원을 외부에 빌려주는 클라우드 사업(내부 명칭메타 컴퓨트’)을 준비한다고 보도했다. 알려진 형태는 두 갈래다남는 GPU를 통째로 빌려주는 베어메탈 임대(코어위브식), 메타의 AI 모델을 남의 서비스에 얹어 쓰게 하는 호스팅(AWS 베드록식). 다만 공식 발표가 아니라 내부 소식을 인용한 보도였고 가격도, 출시일도, 대상 고객도 공개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같은 뉴스에 시장이 정확히 반대로 반응했다는 점이다. 메타 주주에겐놀리던 자산에서 새 매출이 나온다는 호재였고, 반도체 진영엔가장 크게 칩을 사들이던 큰손이 서버가 남는다고 인정했다는 악재로 읽혔다

    ‘메타 컴퓨트’ 쇼크 당일(2026.7.2) 낙폭

    한 회사엔 호재, 밸류체인 전체엔 악재인 소식이 같은 날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두 진영이 다른 데이터를 본 게 아니라, 같은 서사의 붕괴를 서로 반대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랠리를 떠받치던쇼티지(공급 부족)’ 이야기에 처음으로 금이 갔고, 그 결과가 다음 날 삼성전자 -9%, SK하이닉스 -14.6%, 코스피 -7.9%로 나타났다. 하루 만에 코스피 시총 569조 원이 증발하고 장중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다.

     

    수요를 가늠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 신호가 필요하다실시간 GPU 가동률, 데이터센터 유휴 용량, AI 서비스별 매출. 그런데 이 셋 모두 어느 하이퍼스케일러도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 데이터가 없으니 학술 연구의 실측치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그 실측치가 서사와 어긋난다. 클라우드 추론 클러스터의 실제 GPU 가동률은 평균 약 43%(중앙값 29% 안팎), HPC 클러스터는 예약제 도입 후에도 31% 수준이었다. 반면 비용 모델이 흔히 가정하는 이상적 가동률은 80%. ‘없어서 못 판다는 말과절반이 놀고 있다는 관측이 같은 시장에 공존한 셈이다.

    GPU 실측 가동률 vs 업계 가정

    여기에 이중 주문 문제가 겹친다. 신호가 흐릿할 때 실무자는 안전하게 더 많이 주문한다. 팬데믹 때 칩 부족을 겪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같은 수요를 여러 공급사에 중복 발주하면, 장부상 주문 잔고는 실제 수요의 2~4배까지 부풀 수 있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주문 잔고는 탄탄해 보여도, 그 안에 실수요가 얼마인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문제의 뿌리는 투자 속도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연간 Capex 2023년 약 1,300억 달러에서 2026년 약 7,250억 달러로 3년 만에 5배 넘게 불었다. 매출 대비 자본집약도가 45~57%까지 올라, 이제 이들은 기술 기업이라기보다 유틸리티에 가깝게 돈을 쓴다.

    하이퍼스케일러 CapEx 팽창과 수익 괴리

     

    그런데 이 돈을 정당화할 수익이 문제다. 세쿼이아의 데이비드 칸은 오늘의 투자를 회수하려면 연 1조 달러 규모의 AI 수익이 필요하다고 계산하는데, 실제 AI 엔드유저 매출 추정치는 500~1,000억 달러에 그친다. 알리안츠는 이 투자·수익 괴리를 46%로 측정했고, 이는 2001년 통신 버블 당시의 32%를 웃돈다. 메타조차 1분기 매출 563억 달러 중 AI가 얼마를 벌었는지 따로 공시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자는 ‘AI로 돈을 벌고 있다를 확인할 방법 없이 믿어온 셈이다. 메타가 잉여를 임대로 처분하기로 한 결정은, 뒤집으면앞으로 무리한 증설·추가 구매 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시장이 반도체 미래 주문 둔화를 곧바로 선반영한 이유다.

     

    공급망 이론에 '채찍효과(bullwhip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사슬 맨 끝의 작은 수요 변화가 상류로 갈수록 증폭돼, 원재료 단계에서 가장 크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AI 밸류체인이 딱 이 교과서다. 하이퍼스케일러 Capex → 엔비디아 GPU 주문삼성·SK하이닉스 HBM·D램 주문으로 신호가 전달되는데, 상단의 서사가 흔들리자 하단의 메모리가 가장 크게 반응했다. 엔비디아가 -1.25%로 선방하고 SK하이닉스가 -14.57%로 최대 충격을 받은 게 우연이 아니다.

     

    역설적인 건 폭락의 순간에도 메모리 업황 지표 자체는 여전히 뜨거웠다는 점이다. 2026 1분기 D램 계약가는 전 분기 대비 55~60% 뛰었고, HBM 재고는 3.3주까지 조여 2018년 슈퍼사이클 최저치와 같았다. 즉 시장이 반응한 건실적 악화가 아니라미래 주문이 둔화될지 모른다는 기대의 변화였다.

     

    다만 반대 방향 신호도 이미 있었다. H100 시간당 렌탈가는 2023 8달러에서 2025 3달러 안팎으로 3분의 1 토막 났고(-64~75%), 같은 H100이라도 사업자별 단가가 3~6배까지 벌어져 있었다. 계약가는 오르는데 렌탈가는 떨어지는, 뒤섞인 신호였던 것이다.

     

    2. 진짜 증폭기는 '레버리지'였다

    뉴스 한 줄이 이 정도 낙폭을 만든 건, 그 밑에 깔린 과도한 레버리지 때문이다. 내가 스크랩해 둔 글들이 공통으로 짚은 게 이 지점이다. “비정상적 하락의 진짜 이유는 레버리지 청산이라는 것. 수익이 나면서 레버리지가 겹겹이 쌓였고, 방향이 꺾이자 연쇄 청산되며 낙폭을 키웠다.

     

    숫자로 보면 규모가 상당하다. Beincrypto 데이터 기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총자산이 약 190억 달러인데, 올해 하이닉스 하루 평균 거래대금( 45억 달러) 4배가 넘는다. 반면 엔비디아 레버리지 ETF는 하루 거래대금 대비 훨씬 완만해, 한국 반도체주의 쏠림이 유독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 ETF 약 190억달러 vs 하루 거래대금 약 45억달러 / 엔비디아 약 56억달러 vs 288억달러

     

    게 왜 무섭냐면, 지수가 흔들릴 때 ETF가 거꾸로 기초자산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현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7 8일엔 코스피·코스닥 거의 전 업종이 마이너스로 마감하는전 업종 올킬이 나왔다. 개인 자금이 개별 종목이 아니라 레버리지 ETF로 몰리면서 시장을 떠받칠 실매수세가 얇아졌다는 분석이다.

     

     

    3. 중동·환율·엔캐리, 그리고 연준

    레버리지 위에 대외 변수까지 겹쳤다. ·이란 갈등 재점화로 유가가 하루 4% 넘게 튀며 반등하던 장을 오후에 도로 끌어내렸다. ·달러가 한때 1,559원까지 올라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찍었다가, 최근 1,500원 부근으로 다시 내려왔다. 사상 최대 엔화 숏 베팅이 쌓여 있어, 일본 정책이 바뀌는 순간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성장주(코스피 포함) 자금 급유출로 번질 수 있는 뇌관이 상시 깔려 있다.

     

    여기에 가장 큰 변수로 금리를 하나 더 얹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슈퍼위크가 던진 메시지는 인하가 아니라 오히려 인상 쪽이었다. 관심은 파월 후임인 케빈 워시 체제의 연준(Fed)이 언제 금리를 올리느냐다. 지금 미국은 실업률이 완전고용 밴드(3.5~4.3%) 상단에 걸려 있고 물가는 목표(2%)의 두 배 이상인데, 1분기 성장률은 잠재 수준에 그쳐성장·물가·고용의 관계가 흐트러진 애매한 국면이다.

     

    시장이 겁내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고평가 국면에서 조기 인상이 나오면 1987년 블랙먼데이 재현 우려가 커진다. 40년 전 그린스펀이 취임 직후 첫 회의에서 0.5%p를 올린 뒤 곧바로 S&P500이 하루 20% 넘게 폭락했던 그 장면이다. 10년물 금리와 CPI가 각각 5%·3%를 넘어서며 주가가 무너지는 ‘5.3 몬스터가 겹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나온다.

     

    다만 반대편 해석도 있어서, 나는 금리를 양날의 칼로 본다. 워시 의장의 프레임워크(고용 책무를 떼어내 물가 안정에 집중, 근원 PCE 대신분사평균물가사용, 점도표 폐지)를 그대로 적용하면 조기 인상 확률은 오히려 낮다. 5월 근원 PCE 2.9%를 분사평균으로 재산출하면 2.3%로 목표 2%의 통제 범위 안에 들어오고, 중동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면 인하 여지까지 생긴다. 요컨대 거품 논쟁이 있는 국면일수록 급하게 올리기보다 베이비스텝으로 연착륙시켜야 붕괴를 막는다는 논리다. 인상 공포가 조정의 방아쇠가 될 수도, 반대로 인하 기대가 반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 7월 말 빅테크 실적만큼이나 이 금리 경로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지금 시장의 진짜 쟁점은 추세 전환(피크아웃)인가, 단기 조정(숨고르기)인가다. 증권가 시각이 갈린다. 다수는메타가 유휴 자원을 파는 걸 AI 투자 과잉·수요 둔화로 확대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며 기술적 되돌림으로 본다. 반대편엔삼성·하이닉스 이익 증가율이 2~3분기 정점을 찍고 둔화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있다.

     

    이번 사이클은 종종 닷컴 버블에 비유된다. 닮은 점은 크기다당시 통신사들이 광케이블에 쏟은 약 5,000억 달러가 2005년까지 85%나 미사용(다크) 상태였는데, 지금 AI 인프라 투자( 7,250억 달러)와 규모가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광섬유는 놀려도 유지비가 거의 없어 방치가 가능했지만, GPU 데이터센터는 전력·냉각·인건비가 상시 들고 GPU 수명도 3~4년에 불과하다. 이 구조가 메타를 임대 사업으로 내몬 압력이자, 과잉이 빠르게 정산되는 이유다. 동시에 짧은 교체 주기는 자연 수요를 꾸준히 갱신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7 9일 수급이 인상적이었다.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개인은 반등이 오자 무서운 속도로 손절 물량을 쏟아내며 2조 원 넘게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기관은 밸류에이션 매력을 보고 되레 사들였다. 누가 공포에 반응했고 누가 계획대로 움직였는지가 수급에 고스란히 찍힌 셈이다. 지표나 차트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 결국 급락장에서 갈리는 건 이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를 때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지금이 딱 그런 국면 같다. 어제의 확신이 오늘 뒤집히고, 숫자와 논리를 아무리 쌓아도 시세는 제멋대로 움직이고, 무슨 말을 더 보태야 할지 모르겠는 시기. 그러니 오직 공포에 질려 내리는 결정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둔다.

     

     

    수험생 시절 이어폰이 닳도록 듣던 곡인데, 마침 창밖은 장마고 시장도 온통 비라 오랜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이 노래엔 비가 그친 자리엔 결국 무지개가 뜬다는 위로가 담겨 있다. 마음이 젖을 때마다 그 한 줄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모를 땐,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이 노래나 한 번 듣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