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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 전 내 오랜 친구 정호의 생일이었다.
오랜만에 동네 친구 넷이 댕리단길에 모여 간단히 술 한잔을 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친구 생일에 이렇게 다 같이 모여 시간을 보낸 적이 흔치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요즘 정호는 오랜 연인과의 결별로 우울, 그리고 어느 이성과의 관계 불안으로 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연락하는 이성이 끊임없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그래서 더더욱 작게나마 깜짝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다.
성준이와 석현이에게 말을 꺼낼 땐 '남자들끼리 무슨 그런 걸 하냐'는 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흔쾌히 준비를 도와주었다.
술잔이 오가며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를 무렵, 미리 준비한 케이크를 깜짝 선물로 꺼냈다.
그 순간 정호의 얼굴에 번지던 미소는 잊을 수 없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진심으로 감동하던 얼굴을 보니 우리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인생에 뭐 거창한 게 있을까.
세상이 무너져도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에게 더 아낌없이 잘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생각해보니 다음 주는 아버지 생신이다.
처음으로 근사한 소고기를 대접해 드려야겠다.

참고로 선물한 책의 이름은 <(반)오십부터 해야할 것들>이다.
2.
친구들과 오랜만에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우리의 인연이 (고등학교 때 합류한 석현이까지) 어떻게 지금까지 이토록 단단하게 이어질 수 있었을까.
내 생각에 그 비결은 서로를 향한 '존중'과 '존경'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그 누구도 서로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친구가 잘될 때는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고, 슬플 때는 자기 일처럼 함께 아파해 준다.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친구를 보며 '저렇게 노력해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구나' 하며 동기부여를 얻는다.
연인에게 아낌없이 헌신하는 친구를 보며 '저렇게 사랑해야 오래도록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구나' 하고 깨닫는다.
또 놀 때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친구를 보며 '인생을 저렇게 즐겨야 사람의 인상이 밝게 피는구나' 하며 삶의 여유를 배운다.
이처럼 우리는 서로의 어떤 선택과 모습도 비난하지 않고 그대로 존중하며, 오히려 그 안에서 배울 점을 찾아 본받는다.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내 친구들이 참 좋다.

분위기 내보겠다고 빨간 뚜껑의 소주가 아니라, 비싼 증류주를 시켜봤다.
3.
눈 깜짝할 사이에 상반기가 흘러갔다.
돌아보면 참 다사다난했고, 그만큼 많은 것을 이뤄낸 시간이었다.
이번 상반기에 일궈낸 것들.
CFA Level 1 합격, 인턴 합격 및 근무, 자산 1억 원 달성, (짧았던...) 연애, 컴활 1급 필기 합격, 그리고 꾸준히 이어온 운동 습관.
나름대로 치열하고 성실하게 채워온 상반기였다.
하지만 작은 아쉬움도 남는다.
나는 아직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지 못하는 듯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작년까지 내 삶에는 온전한 주말이 드물었기에, 혼자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학원 강사 일을 내려놓으며 내게도 비로소 주말이라는 여백이 찾아왔고, 나는 그 낯선 여유가 여전히 어색하다.
평일에는 일상에 치여 딴생각할 겨를이 없지만, 주말이 되면 운동을 제외하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러다 보니 내내 잠을 청하거나 가끔 책을 펼칠 뿐이다. (그마저도 독서는 주로 출근길에 이루어지기에 주말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보자고 다짐하면서도, 주말만 되면 밀려오는 귀찮음이 나를 침대 위로 붙잡아 둔다.
어쩌면 곧 복학을 앞두고 있으니, 이 또한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남은 시간 동안은 이 어색한 여유와 조금은 친해져 보고 싶다.
4.
앞선 글에 운동 이야기를 꺼낸 김에 조금 더 적어본다.
치열한 노력 끝에, 드디어 내 몸에도 희미하게나마 복근의 윤곽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골격근량 37.9kg, 체지방률 9.1%.
인바디 수치만 놓고 보면 이미 조각 같은 복근이 선명해야 하지만, 아직은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꿈꾸는 완벽한 선명도를 갖추려면 체지방을 5%대까지는 더 감량해야 할 듯하다.
올 상반기에 이뤄낸 수많은 성과 중에서도,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단연 '운동'이다.
매일 이어가는 규칙적인 운동 습관과 정갈한 식단, 그리고 흘린 땀방울만큼 거짓 없이 정직하게 달라지는 몸을 바라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땐 근육이 얼마나 더 선명해져 있을까?
날씨가 좋으면 바람을 가르며 얼마나 달려볼까?
내일은 그립을 바꿔서 등의 자극을 다르게 줘볼까?
일상의 틈새마다 온통 운동에 대한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고 말했다.
올해 유독 심적으로 지치고 힘들었던 날들을 무너지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묵묵히 땀 흘리며 쌓아온 내 운동 습관 덕분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 부끄러운 수준의 몸이지만,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일수도 있으니 기록을 남겨본다...
5.
우리 삶에는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이 되어줄 인생의 책 한 권이 필요하다.
그것이 경건한 성서여도 좋고, 흥미로운 소설이나 만화여도 좋다.
어떤 형태이든 삶을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책이라면 충분하다.
참으로 감사하고 운이 좋게도, 나는 그런 책을 비교적 젊은 날에 만났다.
바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다.
로마의 황제가 생과 사가 오가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묵묵히 써 내려간 이 기록은, 읽을 때마다 묵직한 감동과 성찰을 안겨준다.
나는 지금 어딘가에 매몰되어 시야를 잃지 않았는가.
과도한 욕심에 눈이 멀지는 않았는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가볍게 비난하고 흉보지는 않았는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나를 깊이 반성하게 한다.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와 부서져도, 꿋꿋이 서서 주변의 용솟음치는 물결을 잠재우는 해안의 넓은 바위처럼 되라."
나에게 닥치는 그 어떤 시련도 불운이 아니다.
오히려 거센 파도 같은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굳건한 본성을 지켜낼 기회를 얻었으니, 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마음 깊이 되새기고, 또 되새길 일이다.

사실 처음 읽은 <명상록>은 현대지성이 아니라 다른 출판사 책이었다.그 책은 엄청 출 그어가며 읽었는데, 지금은 서재에 보이질 않는다.
요즘 히든싱어를 다시 보고 있는데, 어렸을 때 그룹 거북이의 노래를 즐겨 들었던 탓인지 유독 터틀맨 편을 계속 돌려보게 된다.
어릴 때는 그저 신나고 흥겨운 노래로만 기억했는데, 요즘 다시 들어보니 그 가사들이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응원 같아서 마음이 뭉클하다.
모든게 마음 먹기 달렸어
어떤게 행복한 삶인가요
사는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특히 이 부분이 가슴을 울린다.
https://youtu.be/S66dYJMM0Wk?si=ehVRJZlc9hnZmwqP